신문 기사입니다. 2005-10-11 17: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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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쌀값 떨어지고 팔 곳도 없어요"
[조선일보 2005-10-09 14:25]    

추곡수매 폐지 첫해… '위기의 농촌'
소비량 줄고 중국산 찐쌀 밀려들어
생산량 80% 농민들이 스스로 팔아야

[조선일보 허인정 기자]

지난 5일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호남평야의 길목에 들어섰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내건 ‘우리 쌀 사세요’라는 입간판이 끝없이 걸려 있었다. “배운 도둑질이 농사뿐”이라는 김영모(65·전북 군산시 옥구읍)씨는 “먹는 사람은 줄어들고 만드는 사람은 여전하니 어떻게든 팔아보려고 지자체까지 나서는 거 아니겠어”라고 했다.

논두렁에 쭈그리고 앉아 일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김씨는 새참도 막걸리도 먹지 않고 벼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

“담배나 한 대 피울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 게 미안한 듯 김씨가 입을 열었다. “올해처럼 햅쌀 가격이 떨어지는 해는 처음 봤소. 이렇게 열심히 수확해도 쌀값이 떨어져서 빚 갚으면 손에 남는 돈이 없을 거요.”

김씨가 지난해 1만7000평을 경작해서 번 돈은 2500여만원. 이 중 인건비와 기계유지비 등을 빼고 실제 손에 들어온 것은 1500만원 정도였다. 올해는 1000만원도 안 될 것이라고 한숨이다.

정부가 미리 정한 가격으로 쌀을 사주던 추곡수매제가 외국의 시장개방 압력에 따라 폐지된 첫해. 농민들은 시장 개방과 쌀값 하락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쌀 가격은 이미 전년 대비 10~20% 떨어진 상태다.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드는 데다〈그래픽 참조〉 중국산 찐쌀이 이미 김밥점, 분식점 등에 반값으로 팔리면서 쌀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농협, 민간의 쌀 재고량이 97만t이나 되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지난해까지는 시세에 상관없이 풍년만 되면 소득이 늘어났지만, 올해부터는 산지 쌀값이 소득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농민들은 햅쌀 가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저녁 전북 남원 운봉읍 들판. 벼 수확에 한참인 이희석(45)씨는 “쌀값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팔 곳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남원지역에 배정된 공공비축미곡 매입량은 24만여 가마. 지난해에 비해 20% 줄었다고 했다. 정부와 농협 수매물량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생산량의 80% 이상은 농민들이 자체 소화해야 한다.


옆에서 일을 거들던 김기섭(72)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인터넷으로도 물건을 판다지만, 평생 농사만 지은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쌀을 내다 팔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벼 수확은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말 시키지 말라고 핀잔을 주던 이씨도 “이 기계(추수용 콤바인)가 얼만 줄 아시오? 4000만원이오. 도시에선 빈손으로 농사 짓는 줄 알지만, 이게 다 빚이요, 빚”이라고 거들었다.

“아무리 도내에서 자체 소화를 한다고 해도 3분의 1 이상은 마땅한 판로가 없어요. 수확철이 지나면 농가 곳곳에서 곡(哭)소리가 날 거요.”

설상가상 올해는 지난 99년 사라졌던 벼멸구까지 수확 직전에 발생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호남평야, 나주평야 등 전라도의 황금 들녘은 송충이가 갉아먹은 듯 곳곳에 상처가 나 있었다.

농업기술센터 유희열 작물환경계장은 “친(親)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가 크게 늘고 있어 병충해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잔류 농약이 검출되면 청정농산물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농민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나주=허인정기자 [ n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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