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화 전통을,,,,,,,다산연구소 다산포럼에서 옮김 2009-02-10 05:34:35  
  이름 : 옥연정사      조회 : 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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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화 전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남 영 신(국어문화운동본부 이사장)

국가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터에 환율 덕으로 외국 관광객이 많이 온다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관광객이 단순히 물건만 사 가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들이 한국 문화의 넓이와 깊이에 빠져 더 많이, 더 자주 한국을 찾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 줄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 지금처럼 안타까운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잠시 우리의 새로운 문화 전통을 세우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한 곳에서 오래 함께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무리를 특징지을 수 있는 특별한 징표들이 만들어지는데, 그 가운데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 언어이고 다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이다. 언어가 같으면 의사소통을 가장 간편하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 서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함께 좋아하는 것을 발전시키고 함께 싫어하는 것을 멀리하게 된다. 이로써 그 무리를 다른 무리와 구별할 수 있는 새로운 징표 곧 그 무리의 문화가 발생한다. 우리도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 즐겼고,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일 때에도 이를 우리 방식으로 변형하여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우리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두 가지 이유로 우리가 만들어 낸 우리의 문화를 넓고 깊게 즐기지 못한 점이 있다. 첫째 이유는 과거에는 중국문화를 근대 이후에는 일본문화와 미국문화(또는 서양문화)를 지나치게 교조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우리의 전통문화와 외래문화를 버무리는 능력을 스스로 잃어버리게 된 것이었고, 둘째 이유는 수많은 외침과 정치적 불안정 그리고 피폐한 경제 때문에 스스로 즐기고 좋아하는 문화를 가꿀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이다. 우리 역사가 한반도 안팎에서 5000년을 지속했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살았던 생활 방식과 우리가 만들고 가꿔 온 문화를 지금 우리 스스로 즐기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없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문화를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들과 함께 즐기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즐기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문화 전통을 세우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의미 있는 문화 전통을 세우려면 첫째로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소통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할아버지의 삶과 생각이 자식과 손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유식한 사람들의 지식이 무식한 사람들의 삶에 유익을 줄 수 있도록 소통이 원활해져야 한다. 소통의 중요한 매체가 언어이므로 우리는 세대 간, 계층 간에 언어 소통이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먼저 한국어를 반듯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공유해야 한다. 한국어의 깊은 맛을 이해하고 맛있고 멋있게 한국어를 구사할 수 없다면 의미 있는 한국 문화를 만들 수 없다.

소통하며 생활하는 공동체를 형성해야

그러므로 문화 전통을 세우려면 먼저 우리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한국인 모두가 한국어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한국어의 소통 능력과 한국인의 언어 사용 능력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영어나 일본어 또는 한문을 조금 안다고 해서 이것들을 한국어에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한국어의 소통 능력을 떨어뜨리는 짓을 해서는 결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어로 수준 높게 소통할 수 있는 소통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한국인의 문화 전통을 이룩하는 첫째 조건이다.

문화 전통을 세우기 위해서 우리가 둘째로 시작해야 할 것은 생활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이다. 문화 전통은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그 문화를 즐기고 다듬으면서 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 전통은 곧 공동체 문화를 정형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 가깝게 사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공동체를 이루고 그들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문화 전통이 만들어져야 한다. 두레는 일을 통해서 생활 공동체를 묶은 좋은 조직이었고, 농악은 즐김을 통해서 생활공동체를 묶은 좋은 놀이였다. 이것들은 모두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생적 문화였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자생적 문화를 일굴 토양이 너무 척박해진 상태이다. 관이 일정한 예산을 지원하고 시민이 구경꾼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토양에서는 우리의 독특한 문화 전통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문화 전통을 세우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우리말을 기반으로 하는 소통 공동체를 이룩하는 일과 구성원들이 동참하는 생활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이라면 우리말을 혼잡스럽게 만듦으로써 세대 간, 계층 간의 소통을 방해하는 행위와 외국의 문물을 무분별하게 수입함으로써 한국인의 생활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는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 된다. 우리가 어떤 언어 정책, 문화 정책을 세울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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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남영신
· (사)국어문화운동본부 이사장
·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장
· 저서: <남영신의 한국어 용법 핸드북><4주간의 국어 여행>
          <국어 한무릎공부><문장 비평>
          <국어 천년의 실패와 성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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